마음이 잘 통하는 지인의 추천으로 이 시를 만났습니다. 첫 줄을 읽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 고요한 평화가 스며들었어요.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무엇을 더 얻지 않아도 지금 이대로 괜찮다고 다정히 위로를 해주는 것 같았고, 우리가 경험하며 느껴온 것들이 다 선물이었음을 조용히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선물 / 체스와프 미워시
번역 / 류시화
아주 행복한 날
안개가 깔린 이른 아침
정원에서 나는 일을하고 있었다땅 위엔 갖고자 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다
부러워할 만한 사람도 없었다
과거의 나쁜 일들은 모두 잊어버렸다내가 누구였으며
또 누구인가 생각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몸에서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온몸을 활짝 펴 푸르른 바다와 돛단배를 바라보았다
지금 이대로 충분하기에, 구함이 없다
“땅 위엔 갖고자 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다”
마음공부에서 말하는 자족(自足),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느낌은
무언가를 성취한 끝에 오는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비교하지 않고,
욕망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머무는 순간’에
조용히 깃드는 감정입니다.
그때 비로소
내 삶은 더 이상 결핍이 아닌,
완전한 ‘선물’이 됩니다.
더는 구할 것도, 애쓸 것도 없다.
그건 포기나 무력감이 아니라,
이미 충분한 순간에 깃드는 고요한 만족감입니다.
고통 없이 살아있는 순간
“몸에서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말은 단순히 육체적 고통이 없다는 뜻만은 아닐 거예요.
욕심과 불안, 비교와 두려움, 수치심 같은
마음의 고통에서도 벗어난 순간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 순간,
우리는 삶과 완전히 하나가 됩니다.
그 순간은 애써 만들지 않아도,
잠시 멈춰 숨을 들이마실 때,
햇살이 얼굴에 스며드는 걸 느낄 때,
우연히 들은 한 줄 시가 가슴을 울릴 때
불쑥 찾아옵니다.
이 삶 전체가 선물임을 기억하기
사람은 쉽게 잊습니다.
모든 것을 갖고 싶어 하면서도,
사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는 걸요.
그래서 이 시는 말해주는 듯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선물이다.”
가지지 못한 것에 연연하지 않고,
무언가 되기 위해 조급하지 않으며,
나의 지난날을 탓하지도,
남의 삶을 부러워하지도 않으며
그저 이 몸을 빌려 잠시 지구별에 머무는 동안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 하나하나를 경험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 아닐까요?
오늘 하루가 이미 충분한 이유
우리가 살아가며 겪는 일들은
좋은 일이든, 힘든 일이든
결국 삶이라는 큰 선물의 일부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해요.
지금 이 순간,
마음이 조용해지고
몸의 감각이 깨어 있고
바람이 불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삶이 건넨 조용한 축복이라는 걸.
오늘 하루,
더 갖기보다
더 바라보는 마음으로,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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